원래 볼 생각이 없었다. 며칠 전에 맥북으로 외부 모니터를 연결해서 볼 때 색이 튀는 것을 보았다. 정품을 산 이후로는 처음으로 생긴 일이라 난 얼른 컴퓨터를 재부팅했다. 난 그저 영상이 잘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영화 <다빈치 코드>를 틀었다. 그리고서는 나는 <다빈 치코드>를 끄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2시간을 <다빈치 코드>를 봤다. 나만 볼 수 있는가? 오늘의 리뷰 영화 2006년도 작품, <다빈치 코드>이다.
신성 모독일 수도 있는 예민한 이슈일 수도 있는 소재를 가지고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는 서점가를 휩쓸었다.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작가 댄 브라운은 예수의 후손은 아직 대를 이어 살고 있다는 음모론을 소재로 구독자들을 소설에 빠질 수밖에 없는 스토리를 만들었다. <다빈치 코드>의 하이라이트는 남자 주인공인 로버트 랭던과 소피 느뵈가 리 티빙 경의 집에 들어간 이후의 장면들이 압권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을 "성배"와 연관 지어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대화들은 음모론을 한층 더 부각했고 이 시나리오를 한층 더 몰입하게 된다. 이 흥미로운 음모론을 잘 풀어내면서 소설이 갖지 못하는 영상을 소설책에 더하게 되었다.
톰 행크스 배우는 정말 대단한 배우이다. 매번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연기를 펼치는 기분이다. 마치 매 영화마다 옷을 잘 갈아입는 듯한 느낌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다고 해야 하나. <다빈치 코드>에서도 연기는 크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기호학을 연구하고 공부한 로버트 랭던이 되어있었다. 톰 행크스의 발성과 글을 읽는 호흡이 매 영화마다 좋다고 느낀다. 영어를 듣고 있다 보면 크게 발음을 흘리지 않고 발성 또한 영어를 몰라도 귀에 쏙쏙 박히는 느낌이 든다. 주, 조연 배우들 또한 즐비한 <다빈치 코드>지만 극을 처음부터 끌어나가는 톰 행크스의 연기는 정말 멋졌다.
감독과 촬영 감독이 단순하지만 눈에 남는 앵글을 많이 잡았다. 몇 가지의 카메라 장면이 매우 인상 깊었다. 한 장면은 리 티빙 경 집에서 대화를 하는 장면들에서는 짧게 여러 가지 컷을 이용해서 리드미컬한 장면을 연출했다. 다소 지루해질 수도 있는 장면을 여러 컷으로 나눔으로써 인물들의 대화에 집중하고 중간중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름을 삽입함으로써 <다빈치 코드>의 중요한 장면을 완성시켰다. 또 다른 장면으로는 로버트 랭던이 마지막 퍼즐을 푸는 마지막 장면의 카메라 동선은 인상 깊었다. 퍼즐을 푸는 장면에서 카메라 전경에 있는 CG 장면들이 눈이 끌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카메라 동선이 위에서 아래로 이동함으로써 마치 로버트 랭던이 누군가로부터 정답을 듣는 듯한 연출을 했다고 느꼈다. 내 기억이 확실하진 않아도 빛이 들어오는 공간에서 시작해서 로버트 랭던을 감싸는 카메라 동선은 롱테이크로 다소 긴 느낌이지만 인상에 남는 카메라 동선이었다.
베스트셀러 가 어떻게 하면 영화가 되는지에 대한 정석을 보여줬다. 소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다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통해서 흥미로운 영화를 만들었다. <다빈치 코드>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영화이지만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소재를 가지고 있다. 분명히 이런 소재에 대해서 불쾌하고 싫을 수 있지만 그래도 그 선을 넘는 게 나쁘게 보이지 않는다. (내가 천주교 신자가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은 <다빈치 코드>는 확실히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잘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2006년도 영화 치고는 다시 봐도 재밌게 느껴진다. 시나리오의 힘이 큰가? 주연 배우의 영향력이 큰가? 아직 못 보신 분들이 계신다면, 오늘 이 영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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